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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_이종민

유리병속하늘 2022. 1. 2. 19:17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이종민 / 모악 / 초판 201년 8월 23일

 

 

11월말 2박3일의 제주여행 중 만난 책이다. 우리부부는 카페에서 시간보내는걸 참 좋아하는데, 제주시 쪽으로 일정의 초점을 맞추고 여러 카페를 알아보다가 시인의 집 이라는 북카페를 찾았다.

큰 기대를 하진 않고, 여행 첫날 첫 행선지로 시인의 집을 향했다. 단언컨데 조용히 힐링하기에 여기만한 곳이 없다.

물론 제한된 테이블은 아쉽지만, 자리만 잡는다면 몇시간이고 고요한 바다를 보며, 한가로이 둥둥떠다니는 새들을 보며 독서를 할 수 있다. 얘기가 좀 샜는데,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도서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 멋진 주인의 말씀을 따라, 책을 고를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본래 독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잡식성이어야한다는 아무개의 말을 늘 기억하며 이번엔 시를 한번 읽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그런면에서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책은 한눈에 들어오기에 충분했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바꿔보려고 노력중인데(책이 쌓이니 소장은 하고싶은데 이사할때마다 큰 부피를 차지해서 오랜 고민끝에 결정했다) 종이책에 대한 욕심은 오늘도 뽐뿌를 가져왔다.

구입한 도서를 커피한잔과 고요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장한장 읽으니 소확행은 멀리있지 않았다.

 

글쓴이가 살아오면서 마음에 담았던 41편의 시를 인생의 어떤 부분에서 만났고, 어떤 힘을 주었는지, 어떤 깨달음을 주었는지 잘 풀어내고 있다. 단순히 시를 소개하기 보단, 어떤 배경에서 여러번 읽으면 좋을지 그림을 그려준다.

그런면에서 느끼는게 많고, 내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했다.

이를테면, 가난했던 나의 어린시절이나, 소소한 추억들을 끄집어내주기도 했다.

자기전에 한 주제씩 읽어보길 추천한다. 당신의 꿈자리를 편안하게 인도할 것이다.

 

목차

안녕, 피츠버그 그리고 책 · 김용택
「안개」에서 「빈집」까지 기형도의 시 두 편 · 정끝별
백석의 「고향」을 읽던 무렵 · 손택수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 · 안상학
자작나무의 눈부신 살갗- 백석의 「백화」 · 안도현
시인은 멀기만 했다 백석의 「여승」 · 유용주
돌멩이와 대화하는 법 - 쉼보르스카의 「돌과의 대화」 · 나희덕
우주적 윙크 쉼보르스카의 「단어를 찾아서」 · 김언희
김종삼의 재발견 · 이시영
'물길'이 데려다준 곳 - 이시영의 「물길」 고증식
해석의 재미를 알게 해준 「백록담」 - 정지용의 「백록담] 이대흠

사랑과 토마토와 물거품과 장미를 노래하라 - 자카리아의 「접시」·손세실리아
나를 버티게 해준 시- 윤동주의 「서시」·박두규
저 광대한 우주 어디에서 불어왔는가 - 윤동주의 「서시」 · 유강희
나의 절망은 검은 밤처럼 깊었어라 - 휴즈의 「할렘강 환상곡」 ·천양희
얼마나 끙끙거리고 있는가 - 천양희의 「시인이 되려면」 · 박성우
내 영혼 속에서 뭔가가 시작되고 있었어 - 네루다의 「시가 내게로 왔다」 · 김영춘
가난한 시인의 보람 천상병의 「나의 가난은」 장철문
쓸쓸하던 사춘기의 어느 날 - 주요한의 「빗소리」 김사인
나 자신의 노래를 부르라 - 휘트먼의 「나 자신의 노래」 · 김해자

신석정 시인의 무덤을 찾아서 · 이동순
어머니, 눈물, 사투리 - 조태일의 「어머님 곁에서」 · 강형철
아름답고, 슬프고, 새로운 정양의 「내 살던 뒤안에」·최동현
삶의 진정성과 역사의 생명력
- 정양의 「내 살던 뒤안에」·이병초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 박태건
깨달음과 발견의 시학 - 한용운의 「당신을 보았습니다」 · 정희성
사랑이 있는 풍경 -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이정록
시의 회화성의 매력 - 김광균의 「추일서정」·이하석
흑백영화 속의 시 — 워즈워스와 까비르 · 박남준
시, 서툰 것들의 환한 환생 - 박남준의 「흰 부추꽃으로」 · 문신
첼로의 생각 ㅡ 김영태의 「첼로」·송재학
무던하게 그윽한 사랑 - 정화진의 「그윽한 사람」·하기정

나를 가르친 시조 한 수 · 이병천
시, 하늘에 사무치는 주문- 허영자의 「피리」·복효근
우리는 묘비명을 뭐라고 쓸까? - 함형수의 「해바라기의 비명」 · 서홍관
서럽고 뜨겁던 청춘의 강물 - 박재삼의 「울음이 타는 강」·김판용
한의 빛깔 박재삼의 「한」·오창렬
순결한 가래- 김수영의 「눈」·정호승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김수영의 「봄밤」 · 송선미
시간의 문을 열고 - 백석현의 「청개구리」 · 이안
내 영혼의 시인 - 이산하의 「베로니카」 · 김완준

 

마음에 담긴 구절들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가 / 어찌 남을 사랑할 수 있으며 /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자가 / 어찌 자기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자신이 가장 쓸쓸하고 가난하고 높고 외로울 때 시인이 되는 것이다'

'그날 밤을 새워 그 시집을 노트에 옮겨 적었다. 시를 필사하는 것처럼 좋은 공부가 없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빈 수레는 요란하다. 무한 우주는 엄청난 속도로 확장되고 있지만 조용하다. 소인은 소소한 일 하나 시작하면서도 호들갑이다. 대인은 큰 내를 건너면서도 오히려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