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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의 집청소_김완

유리병속하늘 2021. 10. 16. 11:02

죽은자의 집청소

김완 / 김영사 / 초판 2020.05.30

 

 

흰색 벽지의 공허한 방을 표현한 것 같은 책표지, 공허한 제목. 책을 집어들기에 고민을 많이 하지않았던 이유다.

처음에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실제 수기라는 것에서 조금 소름이 끼쳤던 건, 죽음이라는 무거운 단어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책이 인간의 문명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경험하지 않겠지만, 누군가는 해야했고 해야할 일련의 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 난 오늘 특수청소에 대해 알게되었고, 그들의 감정을 공유 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그것은 책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장점 중 하나다.

 

목차

프롤로그_문을 열고 첫 번째 스텝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 - 13

캠핑라이프 · 14

분리수거 · 20
꽃 좋은 곳으로 가, 언니 - 30
가난한 자의 죽음 - 40
황금이여, 언젠가는 돌처럼 · 50
오줌 페스티벌 - 58
고양이 들어 올리기 · 69
지옥과 천국의 문·75

서가 · 86
이불 속의 세계 · 94
숨겨진 것 - 104
쌍쌍바 · 115
사랑하는 영민 씨에게 - 122

2장 조금은 특별한 일을 합니다. 131
특별한 직업 · 132
집을 비우는 즐거움 - 141
들깨 · 148
흉가의 탄생 · 157
당신을 살릴까, 나를 살릴까 · 167
가격 - 186
솥뚜껑을 바라보는 마음 · 200
화장실 청소 · 212
지폐처럼 새파란 얼굴로 · 222
호모 파베르 · 230
왜소한 밤의 피아니즘 · 238
에필로그

 

좀 오래 여운이 남던 문구들

여기에서 당신은 홀로 숨을 거두었고, 꽤 오랫동안 그대로 머물렀고, 오늘부터 나는 남겨진 흔적을 요령껏 지울 것 입니다. 이제 현관문을 열고 나가 일 층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곳에는 장례를 막 치르고 돌아왔을 당신의 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에게 어떤 말부터 꺼낼지 미리 생각해둬야 합니다.

자, 이제 전등을 끄겠습니다.

 

'자비 없는 세상을 원망하고 죽은 인간조차도 그 자리에 방치된 채 오랫동안 썩어갔다면 그 냄새는 자비가 없다.'

'그곳에서 당신은 안녕하신지요?'

'그들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디 이 사실 하나만은 당신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모자라고 부끄러운 글월을 부칩니다.'

'혼자 살기 힘든 것도 인생, 혼자 죽기 힘든 것 또한 우리 인생이다. 세라비!'

'죽은 이의 진심을 헤아리지도 못하면서 감히 누가 함부로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

 

소개글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에 대하여 수많은 언론이 집중 조명한 어느 특수청소부의 에세이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 쉽사리 볼 수도, 치울 수 없는 곳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의 특별한 죽음 이야기『죽은 자의 집 청소』. ‘특수’청소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일터엔 남다른 사연이 가득하다.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자신의 세간을 청소하는 ‘비용’을 물은 뒤 자살한 사람 등. 현장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1장에는 픽션이라고 생각될 만큼 비현실적인 현실 이야기가 펼쳐지고, 2장에선 특수청소부로서 느낀 힘듦과 보람부터 직업병, 귀신에 대한 오컬트적인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그가 하는 일을 생생히 전한다. 특수청소부로 온갖 현장을 다니는 김완 작가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고독사의 현실, 고독사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노인뿐만 아니라 중년 그리고 청년에게까지 엄습하는 쓸쓸한 죽음.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고독한 죽음 이야기를 하나둘 접하다보면 고정관념이 점점 깨진다. 생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어떻게든 살아보려 삶의 절벽 끝에서 아등바등하던 흔적이 현장 곳곳에 남아 있다. 피와 오물, 생전 일상을 유추할 수 있는 여러 유품을 치우며 작가는 삶에 대해 사색한다. 그렇게 이 책은 ‘죽음’을 소재로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특수청소부의 현장 이야기가 마냥 무겁고 슬프지만은 않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