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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수성이 풍부해서요_고유

유리병속하늘 2021. 10. 2. 16:31

여행 중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독립서점.

독립서점에서 만난 검정 배경의 이 책은 아 자기전에 조용하게 읽을 만한 책이다!

비오는 밤 창문을 살짝 열고 들려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읽기 딱 좋은 책을 소개한다.

며칠간 나의 수면을 도와준 이 책을 다시 리뷰하며, 짧은 내 생각을 정리해보고싶다.

 

 

밤수성이 풍부해서요 - 고유

(창작 편집 디자인 모두 고유작가 솜씨)

 

'도대체 글은 왜, 이다지도 깜깜하고 우울한 밤에 더 잘 써지는 걸까요. 저는 고민 끝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렇게 내리기로 했어요. 밤수성이 풍부해서요, 라고요.'

잔잔한 서두로 시작하지만, 밤수성 이란 말이 참 따뜻하게 들려왔다. 이 정의를 내리기 위해 작가는 수많은 밤을 생각하고, 글을 써왔을 것 같아.

 

'비가 오는 날의 카페'

'비가 오는 날, 어느 한적한 카페에서, 오랜 친구와 나란이 앉아. 녹녹한 창밖을 함께 내다보며, 아이스크림도 먹고, 조곤조곤 대화도 하고, 침묵도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이렇게나 행복한 거구나. 세상에 '영원'이라는 건 없다지만, 이 순간'도' 꼭 영원히 잊지 말아야지.'

나는 카페를 정말 좋아한다. 지금은 38mile 이라는 카페에 있는데, 와이프와 새로 꽂힌 카페다. 얼음이 살짝 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 들이키며 함께하는 이 시간'도' 영원히 잊지 말아야지. 그렇게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듯 말이야.

 

'아침'

'부쩍 아침이 좋아졌다. 이불에 몸을 부비적대며 천천히 잠에서 깨고, 잠시 눈을 감고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가만히 누워 가사가 없는 평온한 음악을 듣거나, 창으로 밀고 들어오는 햇살을 조명 삼아 에세이를 읽는다. 그리고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면, 자리에서 일어난다. 1시간 남짓한 짧은 여유지만, 더없이 소중한 나의 아침.'

이 문구를 읽던 밤에 무작정 기상알람을 1시간 빠르게 돌렸었다. 아침에 읽는 책은 비몽사몽이라 글이 잘 안들어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당연하게도 다음날 아침 알람을 못듣고 늘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났었다. 하하

 

'세상눈치'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세상 눈치를 보게 돼. 세상은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도 못하는 데 말이야.'

남눈치가 익숙해진 삶을 살아왔다. 타인은 생각 이상으로 내 인생에 별 관심이 없는데 말이야. 공감하지 못하지만 공감하는 척. 결혼준비를 하면서 세상눈치는 극에 달했다. 속상해도 속상하지 않은 척. 아쉽지 않은 척. 

그래 맞아, 사실은 아무도 내 인생을 책임져줄 수 없어. 그저 내가 한 만큼 사는것인데 말이지.

 

'말'

'말을 아끼는 사람이 되고 싶어. 말을 줄이고 싶다는 게 아니라, 말 자체를 정말 소중하게 담고싶어.'

말이 많은 사람으로써 여러번 읽었던 구절이다. 말을 소중하게 담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오랜시간을 틱틱대고 살았는데 말이지. 근데 생각해보면, 난 바꾸려고 생각조차 안했다. 웃기지.

 

'어쩌면 좋지'

'잠이 안 온다 내일은 자꾸만 오는데'

읽어주고 싶은 사람이 생각난다. 누구보다 힘겨운 요즘을 보내고 있는 그사람. 근데 이 글 하나만으로는 위로가 안될것같아서 아직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왜냐고? 내일은 자꾸만 오는데 그 내일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도와줄 수 없거든.

 

하루를 마감할 때 머리맡에 두고 아껴읽기를 추천한다. 당신의 잔잔한 밤을 함께 줄거야.